밑줄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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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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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z 2026. 2. 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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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아슈탕가 요가를 수련하던 터라, 관련서를 여럿 읽었는데 서가에서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를 발견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요가에 관한 책처럼 보이지만 실은 여행서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폐허를 걸으며 위안을 얻다’라는 부제가 훨씬 더 맘에 남았다. 이제는 잊힌 1980년대의 유명 여행지, 낡은 바이킹이 있는 지방의 놀이공원과 당간지주만 남아 있는 폐사지, 낡고 허물어지는 풍경 사이에 있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싶어 그랬다.

같은 책을 반복해 읽으면 알게 되는 게 있다. 우선 밑줄이 달라진다. 과거의 밑줄은 버티며 살아온 삶의 내공만큼 익숙해져 사라지고, 어디 있었나 모르게 튀어나오는 새 문장이 생긴다. 물론 밑줄에 한 번 더 밑줄을 긋는 경우도 있다. “블레이크의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지혜는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 버려진 상점에서만 살 수 있다’”는 문장이 그랬다. 이제 나는 큰 목소리로 정의나 진실을 외치는 사람 말은 쉽게 믿지 않게 되었다.

젊은 시절, 왜 떠나고 싶었을까. 막상 떠나면 나는 왜 그토록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그 시절의 나는 왜 한 번도 새로 산 가방이나 신발을 여행에 가지고 갈 수 없었을까. 매 순간 잃어버릴 걸 대비한 삶이 안전하지 않았다는 건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 내가 여행에서 꿈꾸는 건 새로운 걸 봐야겠다는 욕망이 아니다. 나는 익숙했던 것을 ‘계속’하고 싶다. 넷플릭스의 새 시리즈가 아니라, 좋았던 옛 드라마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텔레비전으로 축구를 보다가 나의 남은 인생 동안 어떤 식으로든 축구는 계속되고, 계속 텔레비전으로도 중계가 될 거라는 사실에서 위로를 얻을 때가 종종 있다”는 책 속의 문장에 새로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새 밑줄 속에 겹쳐진 나를 돌아봤다. 종종 회상에 빠지는 건 돌이킬 과거가 많아졌다는 걸까. 의문들 속에서도 분명해지는 건 이제 나는 스치는 뜨거움보다 머무는 따스함에 마음이 더 기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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