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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z 2026. 2. 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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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는 실패와 불운의 아이콘이다. 찰리가 속한 야구팀은 이겨본 적이 없고, 친구 루시와 하는 체커 게임에서 찰리는 만 번 연속 패배한다. 딱 100명만 먹을 수 있는 유명 돈가스 집 앞에서 초저녁부터 텐트를 치고 다음 날까지 기다린 101번째 번호표의 주인공이 이런 심정인 걸까. 노력이라도 안 했으면 덜 억울할 텐데 이런 불운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걸까.

수십 번 로또를 샀어도 5등 한 번 당첨된 적 없고, 짝사랑하던 남자는 제일 친한 친구와 연인이 되고, 13년 동안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소설을 투고했어도 본심에만 오르던 사람, 그게 나다. 그럴 때마다 선배 작가들의 불운 리스트들을 뒤져봤었다. 도스토옙스키가 대작을 쓸 수 있었던 건 빚 때문이었고, 발자크 역시 도박 빚에 쫓겨 작품을 썼다.

찰리 브라운의 저자 ‘찰스 슐츠’는 선착순 500명 한정 캔디바 증정 이벤트에서 501번째에 서 있던 아이다. 하지만 이 불행의 아이콘은 무럭무럭 자라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고백하면, 글을 쓰면서 나는 늘 실패할 것 같은 예감에 시달린다. 이런 불안함 때문에 미리 글을 써놓고 여러 번 고친다. 그렇게 고치다 보니 실력이 좀 나아졌을 뿐, 번뜩이는 영감이나 뮤즈는 나와 거리가 멀다.

돌이켜보니 나는 실패를 밥 먹듯 하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아이콘들을 사랑해왔었다. 결국 성공이 아닌 실패에 대한 태도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유별난 사람들만의 생의 감각은 아니다. 사람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산다. 헤어질 걸 알면서도 사랑한다. 오늘 청소해도 방은 금세 더러워질 거고, 오늘 책상을 닦아도 먼지는 계속 쌓일 것이다. 그러니 사라질 걸 알면서도 기어이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실패할 줄 알면서도 쓰는 마음은 녹아버릴 걸 알면서 눈사람에 목도리를 둘러주는 마음과 비슷한 건 아닐까. 그러니 지금도 쓰는 것이고, 계속 써보는 거다. 매일의 오늘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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