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기대했던 여행 계획을 잔뜩 세워놓고 막상 가야 할 날이 다가오면 가기 싫은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이유 중 하나는 짐 싸기였다. 짐 가방을 싸다 보면 늘 필요해서 넣어야 할 물건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우산도 필요할 것 같고, 신발도 여분이 필요할 것 같고, 춥거나 더울지 모르니 두껍고 얇은 옷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밤중에 옷장을 뒤지는 일도 잦았다. 물론 편한 슬리퍼와 활동성 좋은 운동화와 공연장에 신고 갈 하이힐을 동시에 넣으면 좋겠지만 내가 가진 트렁크 크기는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무한대로 늘어나는 트렁크는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가방에 넣을 뭔가를 선택한다는 건, 트렁크 안의 다른 것을 빼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삶도 이와 비슷해서, 어쩐지 필요할 것 같은 마음으..
**
2026. 2. 21.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