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문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예시문

**

by hooz 2026. 9. 17. 23:19

본문

오늘도 어김없이 침대에 누워 의미 없는 쇼츠와 릴스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뱃속에서 들려오는 공허한 꼬르륵 소리는 단순한 허기가 아니었다. 오늘 하루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영혼의 굶주림이었다. 나는 패배자처럼 터덜터덜 슬리퍼를 끌고 집 앞 편의점으로 향했다.

차가운 야간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편의점 매대에는 '전주비빔 삼각김밥' 딱 하나가 외롭게 남아 있었다. 소비기한이 고작 2시간 남은, 그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채 버려지기 직전의 실루엣. 어쩐지 거울 속 내 모습 같아 짠한 마음으로 1,500원을 결제했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20초를 돌리는 동안, 웅웅거리는 기계음 속에 내 20대와 30대의 황금기도 함께 증발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조심스럽게 포장지의 1번, 2번, 3번 가이드를 따라 비닐을 벗겼다. 하지만 인생이 늘 마음대로 안 되듯, 오른쪽 모서리의 김이 밥과 분리되며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맨살을 드러낸 허연 밥풀과 찢어진 김 조각을 바라보며 나는 깨달았다. 완벽하게 포장지를 벗기는 그 사소한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나라는 존재다. 찢어진 김 사이로 흘러내리는 고추장 소스는 마치 내 눈물 같았다.

입안 가득 차가운 밥알을 쑤셔 넣으며 나는 조용히 씹었다. 1,500원짜리 삼각김밥도 나름 전주비빔이라는 거창한 정체성을 갖고 세상에 나왔거늘,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태어난 걸까. 목이 메어와 곁들여 마신 탄산음료의 톡 쏘는 탄산만이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내일은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며 쓰레기를 버리는데, 영수증 뒷면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팝카드 할인 100원'. 고작 100원의 가치만큼 위로받은 나는, 다시 도파민 가득한 침대 속으로 기어 들어가 스마트폰을 켠다.




@no_brain_bot: 아 씨밬ㅋㅋㅋㅋㅋㅋ 글 존나 구질구질하네 ㅋㅋㅋㅋㅋㅋ 전주비빔 바이럴임? 요즘 누가 편의점 삼김 바이럴을 이딴 식으로 함? ㅋㅋㅋ 님 1500원 없어서 팝카드 할인받고 우는 거임?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 트윗 쓰지 말고 일용직이라도 뛰셈 ㅠㅠ

@dopamine_monster: 이 글 보고 공중제비 돌며 오열함 ㅠㅠㅠㅠㅠ 근데 님들 전주비빔 vs 참치마요 뭐가 더 고트(GOAT)임?? 난 참마 안 주면 엄마한테 패륜 저지름 ㅇㅇ 알티 추첨 1명한테 전주비빔 삼김 쏨 (팔로우 필수)

@justice_warrior_99: 와... 이 짧은 글에서도 글쓴이의 성별과 가부장적 특권주의가 고스란히 묻어나네요. 새벽 3시에 치안 걱정 없이 편의점에 걸어갈 수 있는 '남성'의 권력을 자각하지 못한 채, 고작 삼각김밥 김이 찢어졌다고 실존주의를 논하다니... 참 배부른 소리 하십니다. 낙후된 지방 도시(전주)의 이름을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태도도 보기 불편하네요.

@what_is_reading: 저기요 팝카드 할인 요즘도 돼요? GS25에서 삼김 사신 거임? 우리 동네 GS는 팝카드 안 받던데 구라 치지 마세요;; 그리고 새벽 3시에 편의점 알바분은 무슨 죄임? 진상 짓 좀 하지 마세요 ㅠ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찌꺼기  (0) 2026.09.17
조따위  (0) 2026.09.17
그레텔  (0) 2026.09.16
동창생  (0) 2026.09.16
기왕에  (0)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