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가려 했던 휴가를 포기하고 뒤늦게 ‘효리네 민박’을 봤다. 제주 효리네 집으로 놀러온 게스트들의 모습도 좋았지만, 석삼이 고실이 순심이 같은 이름을 가진 반려견, 반려묘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민박집 직원인 ‘아이유’가 ‘밤 편지’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2017년 심야의 라디오 디제이를 하면서 가장 많이 틀었던 이 노래가 벌써 3년이나 됐구나 새삼스럽기도 했다.
최근 신작을 내고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책 속 문장이 반려묘 ‘로킨바’ 얘기라는 걸 알게 됐다. “로킨바는 나를 빨강 머리라고 비웃지 않겠지?”라는 말에 그은 밑줄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존재를 우리가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느끼게 했다. 또 아이유가 효리에게 묻는 가장 큰 질문도 ‘반려’에 대한 것이었다. 좋은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 말이다.
“막 두리번거릴 때는 없었고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니까 오더라. 책도 많이 보고 여행도 다니고 경험도 많이 쌓아서 어떤 게 좋은지 알아야 그런 사람이 나타났을 때 딱 알아보지. 안 그럼 못 알아봐.”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아이돌 스타였던 그녀가 자유로운 예술가로 성장했던 이유가 이런 선택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유기견과 요가, 채식을 삶 속에 들이고 그런 선택 속에서 ‘알아본’ 한 기타리스트를 평생의 반려자로 선택했던 순간 말이다.
우리는 막연히 ‘행복하게 살고 싶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 모든 것에 선행해야 하는 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럴 때라야 좋은 사람들 속으로 걸어갈 수 있다. 좋은 상대를 만나 나빴던 게 좋아지는 게 아니라, 실은 내가 좋아져야 좋은 상대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나다움이 그런 좋음과 연결될 때, 비로소 나다움 속에서 우리는 평온해질 수 있다. 그래야 쾌락을 행복이라 착각했던 날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 지나고 보니 나 역시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였던 많은 것이 실은 ‘의식적인 내 선택’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