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의 시 ‘투명해지는 육체’의 마지막 구절에는 달팽이의 눈물이 등장한다. 달팽이가 제 눈물로 점액질을 만들어 파꽃의 표면을 일 보 일 보 가고 있는 풍경이다. 안현미의 시 ‘여자비’에는 아마존 사람들이 종일 내리는 비를 여자비라 부르는 것은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때 눈물이란 한번 울고 나면 상황을 잊게 하는 모르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울고 나면 시원해지는 그 감정을 '카타르시스'라는 그리스어로 명명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카타르시스'는 정화(淨化)를 뜻하는 말로 그의 시학(詩學)에 나오는 말이다. 비극(悲劇)을 보면서 흘리는 눈물이 마음을 순화해 평정심을 가지게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남자가 한 달에 1.4회, 여자는 5.3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사람이 평생 우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영국의 한 육아 전문 웹사이트에서 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밌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후 12개월 아기는 하루 3시간, 세 살이 되기까지 하루 평균 2시간을 운다. 열 살까지 일주일에 평균 2시간 12분, 10대에는 2시간 13분, 20대 이후에는 2시간 14분. 우리가 7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일생 16개월 동안 운다는 결론이 나온다. 16개월을 울기만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긴 세월이라 좀 놀랐다.
우리 말 중에 '속상하다'라는 참 절묘한 표현이 있다. 내 몸속이 '상한다'는 뜻인데, 괴롭고 슬픈데도 눈물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면, 몸 안의 울음이 우물처럼 고여 썩을 수 있단 뜻일 거다. 속이 쓰리며 나오는 위산이나,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코르티솔도 어쩌면 눈물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다.
흐르는 눈물은 그 사람이 나를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다.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비 온 후,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