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가
내 오랜 대학 후배이자 절친인 혜란이의 집 현관문을 열면, 일단 심호흡부터 해야 한다. 거실 벽면을 빈틈없이 채운 거대한 책장들과 그 앞에 탑처럼 쌓인 책들, 그리고 나름의 카테고리별로 꽉꽉 채워진 수납상자들이 가득하다. 책들의 영토 속에서 혜란이는 간신히 자기 몸 하나 누일 공간을 사수하며 살아가고 있다.누군가는 그녀를 보며 게을러서 그렇다거나 미니멀 라이프 좀 배우라고 잔소리를 하겠지만, 대학 시절부터 곁에서 지켜본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혜란이는 게으른 게 아니라, 활자로 된 세상 모든 지식과 감정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지독한 '독서광이자 수집광'일 뿐이다.언젠가 한번은 작정을 하고 선배 노릇 좀 하겠다며 혜란이의 집을 습격한 적이 있었다. 벽을 채운 책들은 백번 양보한다 쳐도, 바닥 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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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31.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