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리
시장에서 사과를 샀다. 번듯하고 커다란 사과 무리의 귀퉁이에 자리한 그 사과들은 정말 작고 상처가 있거나 볼품이 없었는데, 매직으로 ‘아픈 사과 2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평소라면 사지 않았겠지만 아픈 사과라는 말에 집으로 가져왔다.가끔 독자가 인용한 내 글을 친구가 메시지로 링크해 보낸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사진 에세이를 봤다. 일하는 공장 그라인더에 남편의 발등이 잘리는 사고를 겪은 사람의 글이었다. 응급실의 오열과 고통의 세월을 통과한 후, 그의 발은 서서히 아물어 있었다. 그 에세이에는 내가 쓴 책의 문장을 인용해 “행복과 불행 그 사이에는 다행도 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작가라고 자신이 쓴 글의 의미를 꿰뚫는 건 아니라, 되레 어렴풋했던 문장이 타인의 인용으로 더 선명해질 때도 많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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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2. 26.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