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작업실 근처 무인 빨래방 옆에는 무인 카페가 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아이스크림을 할인해 주는 무인 가게가 있고, 소위 ‘인생샷’을 찍는다는 즉석 사진 점포가 있다. 이 가게의 계산대에는 사람이 없다. 점포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속도만큼 동네 곳곳에는 ‘임대 문의’ 글자가 붙은 상점도 늘고 있다. 지금은 ‘키오스크’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기계 앞에서 김밥이나 햄버거를 주문하는 일이 낯설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얼마 전 ‘판교 신혼부부의 재질이 좋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판교 근처의 IT 회사에 다니며 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퇴근 후 식사하는 고스펙 부부의 일상을 스케치한 광고의 댓글이었다. 물건 앞에 붙는 ‘재질’이 사람에게 적용되는 걸 보며 처음 ‘착한 가격’이란 말을 들었을 때의 낯섦이 떠올랐다. 인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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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3. 7.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