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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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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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z 2026. 2. 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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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강연장에서 만난 노인은 소설을 쓴다고 했다. 그의 질문이 길고 상세해 빈 강연장에서 대화를 더 나눴다. 평생을 건설 현장에 있었지만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그의 꿈은 소설가. 그는 꾸준히 소설을 학습할 거라는 포부도 밝혔다. ‘학습’의 뜻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에게 배울 수는 있어도 익히는 건 오직 자신의 몫으로, 내가 보기에 학습은 ‘스스로’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노인은 “이번 생은 소설가가 되기 힘들 수도 있지만, 황혼기에 열심히 쓰면 다음 생에 비슷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란 말을 되뇌었다. 불교에도 습(習)의 가르침이 있다. 반복해서 익힌 이생의 습이 다음 생에도 연결된다는 말이다.

최근 주위에 책을 읽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사람이 많다. 글은 원래 집중해야 읽을 수 있는데, IT 기기로 24시간 연결된 사회에서 뭔가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무엇보다 텍스트 위주의 PC 통신과 인터넷 초기에는 온라인이 독서와 상호 보완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요즘 학생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 검색으로 찾지 않고 유튜브로 찾는다. 누군가 설명해 주는 게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책은 스스로 읽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몇 문장도 나아갈 수 없다. 반면 영상은 틀어 놓으면 보지 않아도 흘러간다. 이런 행동이 습이 되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거스를 수 없는 영상의 시대지만 기억해야 할 지점이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 방송은 대본, 유튜브도 기본은 글, 즉 문장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책 읽기가 어려워진 시대는 소통도 힘들어진다. 인터넷의 수많은 댓글은 난독증에 걸린 듯 도무지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난독의 시대에 일부러 아름다운 문장을 찾아 낭독한다. 지구 반대편, 낯선 이의 통찰이 내 몸을 공명한다. 책을 읽는 건 앉은 자리에서 가장 멀리까지 가는 일이다. 오랜 세월, 책을 읽는 것이 어째서 학습의 기본이 됐는지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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