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세상이 너무 나빠지고 힘들어지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는 통계학자의 글이지만 책을 읽은 뒤, 나는 역설적으로 위안을 느꼈다. 내 예상과 달리 양극화, 인종 갈등, 지구 환경오염 등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이 실은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생각'이 아닌 '느낌'을 말할 뿐이다. 우리가 종종 자신의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실수를 범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긍정적인 신호보다 부정적인 뉴스에 더 예민하게 진화해왔다. 유명인의 결혼보다 이혼, 주가 상승보다 폭락 같은 뉴스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이다.
"2016년 430만명의 아이가 죽었다. … 이런 수치는 사람들의 반응을 유발한다. … 하지만 그 전해에는 440만명이었고, 또 그 전해에는 450만명이었으며, 1950년에는 1440만명이었다. … 이렇게 비교하면 그 끔찍한 수가 갑자기 적어 보인다. 사실 관련 데이터를 측정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저자의 말처럼 장기적으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상황을 골라 위기를 조장하는 건 너무 쉽고 위험하다. 공정한 판단을 하려면 특정 정보 '하나만' 가지고 따지지 말아야 한다. 거대한 숫자는 더 그렇다. 특히 요즘은 SNS에서 정보를 얻는 일이 많아지면서 왜곡된 시각과 버블이 끼기 쉽다. 필터 버블은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정보 편식으로 인한 확증 편향을 갖게 한다.
"문제가 다급해 보일 때 처음 할 일은 늑대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팩트풀니스’란 사실 충실성을 뜻한다. 지금처럼 많은 것이 두렵고 혼란스러울 때는 더욱더 본능이나 느낌이 아닌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 또 느낌과 본능을 말하기 전에 인간 ‘뇌’가 가지는 다양한 편견을 점검해야 한다. 공포와 위험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