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자리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뒷자리

**

by hooz 2026. 2. 5. 21:22

본문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읽고, 듣고, 여행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 홍보’의 대상이 된 시대다.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려는 시도가 좌충우돌 펼쳐지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시대를 역행해 사는 듯한 사람들이 있다. 인비저블, ‘보이지 않는다’는 뜻 그대로 타인의 인정(認定)과 찬사(讚辭) 뒤에 숨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외과의사 뒤에 숨은 마취과 의사, 유엔의 동시 통역사와 스타 건축설계사가 아닌 구조 공학자들이 그렇다. 이들의 진정한 존재 의미는 부정확한 통역으로 인한 통상 문제가 발생하거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래야 드러난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들에게 완벽한 수행력을 기대한다. 환자들이 마취 전문의에게 “날 죽이지 않아서 고마워요”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게 바로 이들이 하는 진짜 일이다. ‘인비저블’의 저자인 데이비드 즈와이그는 잡지 ‘뉴요커’의 팩트체크 팀에서 일하면서, ‘인비저블’의 특징에 매료됐다. 이들 대부분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깊은 만족감 속에서 직업적 탁월성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비저블의 특징을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보다, 일 자체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롭고, 내적 기준에 따라 만족감을 얻는 부류라는 것이다. 인비저블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그런 책임이 가져다줄 보상 역시 직감(直感)한다. ‘자존감’이란 말이 지금처럼 부각되던 시대도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시대의 자존감은 점점 타인의 인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인비저블의 존재는 그런 맥락에서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앤디 워홀은 일찌감치 이런 현상을 예언하듯 “미래에는 누구나 15분은 유명해질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내 일상을 보여줄수록 진정한 나 자신과는 멀어진다. 타인이라는 거울이 너무 비대하기 때문이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스킹  (0) 2026.02.05
정이현  (0) 2026.02.05
소나기  (0) 2026.02.04
지루함  (1) 2026.02.04
글쟁이  (0)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