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영수증에는 한 인간의 소우주가 담겨 있다. 취향이라는 이름의 정제된 일상. 흡연처럼 고치지 못한 악습들. 다이어트를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30대 도시인의 정체성까지. 그날 밤 그는 일기를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에겐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답이 있다. 육하원칙에 의한 선명한 일상. 그리고 연말정산이라는 이름의 집단적인 자기반성(…) 술 먹은 다음 날 화장실 변기에 쏟아 부은 끈적한 토사물처럼 영수증은 우리가 구토한 일상을 반영한다. 몇 개의 숫자, 몇 개의 단어로. 인생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걸 비웃는 기이한 미니멀리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