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
벚꽃이 피는 걸 보던 날, 벚꽃이 지는 장면을 떠올렸다. 저 아름다운 것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풍경을 말이다. 정이현의 산문집 ‘우리가 녹는 온도’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릴리와 눈사람’은 빠르게 사라지지만 우리 마음속에 있었던 소중한 존재를 호출한다.눈사람과 나눈 행복한 기억이 많은 릴리는 사랑하는 존재를 녹게 놔둘 수 없어서, 창고 안 냉장고에 가둔다. 냉장고 안 눈사람에게 아끼는 곰 인형을 안겨주며 틈이 날 때마다 열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유년기는 빠르게 지나가고, 릴리는 냉장고 안에 눈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창밖으로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출근길과 퇴근길 정체를 걱정하던 어느 날까지 말이다.추억이 다시 소환된 그날, 창고에 달려간 릴리는 아직 곰 인형을 안은 채 냉장고에 놓여 있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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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2. 5.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