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린더
2000년이 되고 난 후, 백 년 달력을 샀다. 홍대 앞 ‘아티누스’라는 예술 전문 서점이었다. 달력은 커다란 포스터 형식이었는데 신문을 펼친 것보다도 컸다. 그 종이 한 장에 2001년부터 2100년까지 3만6500일이 빽빽이 인쇄되어 있는 걸 보니, 그중 어느 날 내가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이 얼마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죽음이 분명 이 달력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메멘토 모리(네 죽음을 기억하라)’의 형상을 본 듯 시간이 날카롭고 선명하게 느껴졌다.집에 돌아와 달력 위에 형광펜으로 미래의 소망을 적었다. 소설가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등단이 첫째 꿈이었다. 이루어지길 원하는 날짜 위에 가지고 싶은 것, 살고 싶은 집, 가보고 싶은 곳을 적기 시작했다. 그 후 20년이 지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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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2. 17. 0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