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때,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아무 버스나 탄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뒷자리에 앉아 동네 이름이 붙은 노래를 들으며 짧은 여행을 한다. 도착하는 곳은 주로 오래된 주택들이 남아있는 동네다. ‘루시드 폴’의 ‘삼청동’이나 ‘재주소년’의 ‘명륜동’ 같은 노래를 들으며 동네 여기저기를 걷는다.동네 이름이 붙은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건 동물원의 ‘혜화동’이다. 혜화역 3번 출구. 서울대학교 병원을 통과해 소방서를 지나면 건축가 김수근이 지은 붉은색 벽돌 건물이 있었다. 20년 전,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4층을 걸어 올라가 ‘LIBRO’라고 적힌 초록색 푯말을 멍하게 바라봤었다. 그때는 그게 라틴어고 ‘책’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걸 알지 못했다. 지금은 사라진 그 건물에서 나는 한동안 서점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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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3. 8.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