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길을 걷다가 노랗게 물든 은행잎 하나를 보았다. 참 예뻤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단풍보다 꽃이 늘 더 좋았다. 그런데 단풍을 더 좋아한다는 법륜 스님의 강연을 듣고 ‘과연 그렇겠구나’ 싶었다. 스님은 잘 늙음이 청춘보다 좋을 수 있는 이유를 단풍에 빗대어 말했다. “꽃은 떨어지면 지저분하게 변색되지만 단풍은 길을 융단같이 덮습니다. 책갈피에 넣어 쓸 수도 있고요.”단풍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르는 해충에 대한 나무의 경고다. 진딧물 같은 곤충을 향해 겨울을 나는 자신의 경계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몸에 있는 것을 전부 떨구고, 색 전체를 바꾸는 행위에는 엄청난 신체적 비용이 따른다. 그러므로 또렷한 가을빛을 내는 나무는 주위의 그 어떤 나무보다 건강하다. 나무의 겨울나기는 먹을 것을 극한까지 비축해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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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2. 16.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