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경사
고급 펜트하우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두툼한 구름이 카펫처럼 깔려 아래에 있는 고층 아파트도 잘 보이지 않는 높이였다. 사람들이 높은 곳을 좋아하는 것은 높이 올라갈수록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본다는 건 이미 게임을 반쯤 이기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전쟁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망루를 설치하는 이유다. 하지만 높은 곳에 오르려는 사람은 알아야 한다. 어느 곳이든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산세가 더 가파르고 험난해지기 때문이다. 급경사일수록 허리와 머리를 더 숙이고 걷지 않으면 우리는 정상에 오를 수 없다.서천석은 ‘마음을 읽는 시간’에서 정상을 보며 달리는 많은 사람이 저 고지에만 오르면 행복할 수 있다고 자신을 추스른다고 말한다. 문제는 등정 이후에 나타난다. 올라갔으면 내려와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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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3. 13.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