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장연은 오는 24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 예고. 예고된 날짜는 8월 3일, 10일, 17일(또는 18일), 24일 등 총 4차례
출퇴근 시간에 시위를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민들의 불편을 통해 사회적 파급력을 높이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사항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함
if 수능날에 하면…
매주 월요일 아침 8시, 혜화역 승강장은 거대한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으려는 직장인들의 다급한 발걸음과 휠레어를 타고 그 앞을 막아서는 장애인들의 절박한 외침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왜 하필 출근 시간인가라는 시민들의 분노 섞인 탄식은 당연하다. 하루의 시작부터 낭패를 본 이들에게 장애인의 이동권이나 예산의 숫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장 내 생업이 내 일상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투쟁의 중심에 선 전장연 역시 자신들이 거대한 욕받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수능 날만큼은 시위를 멈추는 기묘한 절제력 속에서, 그들은 여론의 역풍이 어디까지 불어닥칠지 이미 정확히 계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비난의 정점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지난 수십 년간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는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는 경험적 학습 때문이다. 욕을 먹어서라도 이슈가 살아있어야 정치권이 한 번이라도 돌아본다는 그들의 선택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지독한 불통이 낳은 슬픈 괴물일지도 모른다.
진짜 비극은 그들이 기꺼이 감수한 욕받이의 대가가 정작 본질을 향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지하철 승강장은 어느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권리가 부딪히는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반복되는 혼란 속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이 정말 적정한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는 왜 이토록 더딘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힘을 잃고 박제된다. 남는 것은 출근길을 인질로 잡는 민폐 집단이라는 분노와 이를 둘러싼 혐오의 언어뿐이다.
이 틈을 놓칠 리 없는 정치권은 시위를 가장 완벽한 정치적 이용거리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법치주의와 시민의 일상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하며 지지층의 표를 결집하고 또 누군가는 약자와의 연대를 외치며 시위 현장을 자신의 정치적 무대로 활용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에게 전장연 시위는 갈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자기 지지층을 흔들어 깨우기 가장 좋은 편리한 땔감일 뿐이다.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먹고 자라는 형국이다.
어쩌면 이 싸움의 승자는 아무도 없다. 출근길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은 일상의 평온을 빼앗겼고, 시위대는 사회적 고립과 동료 장애인 단체들로부터의 분열이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그리고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갈등의 뒤에 숨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반사이익만 챙기고 있다.
비난을 사서라도 존재를 증명하려는 절박함과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매주 월요일 혜화역에서 평행선을 달린다. 우리가 이 시위를 단순한 민폐나 정치적 쇼로만 소비하는 한, 출근길의 멈춤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승강장에서 벌어지는 감정 소모를 넘어 정치가 제 역할을 하도록 비난의 화살표를 진짜 책임자들에게 돌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