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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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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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z 2026. 3. 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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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공간의 주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대청소를 하겠다고 결심한 날, 어느새 창고가 된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서 오래 전 회사원 시절의 업무 일지를 발견했다. 몇 장 넘겨보다가 그때의 나를 압도했던 시가 떠올랐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라고 쓴 최승자의 문장이었다. 업무 일지 속에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혼란이 가득했다. 게으른 내가 하루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며 쉴 새 없이 흔들리고 고민한 흔적들이었다.

요즘 신입들의 꿈이 조기 은퇴라는 얘길 듣곤 한다. 자산 가격은 팽창하고, 평생 직장 개념도 사라졌으니 비트코인과 주식, 부동산 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찾으려는 사람이 많다. 사기업에 다니면 사노비, 공무원은 공노비로 체념하듯 직장 생활을 노예 생활로 표현하는 사람도 많다. 가파른 아파트 시세를 보면 젊을 때는 노동 소득을 저축하고 꾸준히 자기 몸값을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충고하기도 어렵다.

인도 ‘라다크의 오체투지 순례’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무릎과 팔꿈치, 이마를 땅에 붙이고 전진하는 오체투지 순례는 시속 1㎞로 사흘을 꼬박 가는 여정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전진하는 오체투지는 출근하면 밥그릇 앞에서 가장 낮아지는 직장 생활과 닮아 있었다.

김난도의 글에서 ‘저글링’에 관한 얘기를 읽었다. 인생이 직장과 가정, 자아로 이루어진 저글링이라는 것이다. 그는 “저글링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모든 공을 내팽개치고 어느 하나만을 꽉 잡는 것도, 모두를 잡는 것도 아니다. 공을 제때 손에서 놓아가며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언제 그것을 잡고, 셋 중 무엇을 놓아야 할까.

현실에서 우리는 ‘자아’보다 ‘자리’를 찾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많다. 출근길의 지하철을 지옥철로 표현한다면 지금 내 옆의 남자는 취업이나 승진을 위해 지옥에서 한창 영어 공부 중이다. 오늘도 우리는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삶의 균형을 잡으며 출근한다. 여지없이 흔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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