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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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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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z 2026. 3. 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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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연 중 변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큰 병을 얻고 나서 자신이 180도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시 제자리라며 “과거도 변한다”는 강연 중의 내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자주 받는 이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이렇다. 사람은 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엄청난 힘을 가진 이 문장은 그러나 일정 부분 자기 기만적인 면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이 ‘나아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건강한, 풍족한, 관대한, 유창한, 편안한 나를 원하는 것이다. 이 ‘조금 더’가 변화의 폭이다.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을 때는 이 여름이 영원할 것 같더니 요즘 해가 저물면 선선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계절 바뀌는 속도를 뛰어넘었다. 외부의 많은 것이 급변할 때, ‘나’만 변하지 않으면 회전목마의 판 위를 걷는 것처럼 현기증 나는 다양한 불균형을 겪게 된다. 중요한 건 ‘나를 지키는 것’과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변화를 믿느냐 안 믿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변화를 믿는 사람이 세상을 더 많이 바꾼 건 사실이다. 실연, 사업 실패, 이혼, 정리 해고 같은 과거가 지금의 성장한 나를 만들었다면 그 과거는 불행이 아닌 성장의 밑거름으로 변환된다. 이른바 ‘외상 후 성장’인 것이다. 이처럼 과거마저 바꿀 수 있다면 현재를 바꾸는 건 해볼 만한 일 아닌가. 뇌 과학자라면 변화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성격이 아니라, 똑같은 나를 만드는 환경이라고 충고할 것이다. 변화는 소나기 속을 걷는 게 아니라 안개 속을 걷는 일이다. 몸이 젖는 줄 알 리 없지만, 걷다 보면 조금씩 젖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젖는 것’과 ‘젖어드는 것’은 다르고, 모든 가치 있는 일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딜 수 있는 것. 이것이 변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하는 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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