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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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z 2026. 2. 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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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에 퍼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의 폭발력은 이것이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로 되새겨졌다는 증거다. 이 사건은 아동 학대를 넘어, 입양아를 키우는 선량한 부모들 가슴에 생채기를 냈고, 입양이라는 화두를 다시 던졌다.

1970년대, 가난한 미국 유학생이 입양아를 해외의 양부모에게 데려다주는 조건으로 공짜 비행기표를 얻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때 대한민국은 해외 입양 1위 국가였고, 1980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의 고아 입양아 셋 중 한 명은 한국 아이였다. 하지만 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정부는 출산 장려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가장 아이러니한 점은 전 세계 꼴찌인 출산율에도 이율배반적인 해외 입양 정책이 오래 유지됐다는 것이다.

가끔 해외 입양아 출신 장관이나 스포츠 스타가 된 누군가의 기사가 신문을 장식하곤 한다. 그때마다 관용구처럼 붙은 ‘자랑스러운’이라는 타이틀이 나는 아프다. 그런 ‘자랑스러움’은 ‘부끄러움’에 선행해선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 셋째 출산 시 1억원을 준다는 지자체 기사를 읽었다. 하지만 돈을 받기 위해, 애국하기 위해 출산을 결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글을 볼 때마다 개인적 상황을 넘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무엇인지 되묻게 된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책 빨간 머리 앤은 입양아의 성장기다. 고아였던 앤을 키운 건 매슈와 마릴라였지만, 에이본리 마을 공동체의 관심과 사랑 역시 천방지축이었던 앤을 성장시켰다. 한 세기 전 발표된 소설 속 작은 마을이 대한민국으로 확장된다면 어떨까. 적어도 우리에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킬 기회, 그 아이의 아픔을 돌볼 기회, 적어도 한 아이를 죽음으로 가지 않게 만들 기회 말이다. 활짝 웃는 정인이 사진을 보며, 훌륭한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앤의 얼굴이 겹쳐지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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