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랭은 자신의 책 ‘외로운 도시’에서 고독을 배고픔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잔칫상에 앉아 있는데 자기만 굶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이다. 400이 넘는 수도권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본 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있을 때였다.
'외로운 도시'에는 고립된 채 살았던 뉴욕의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친언니가 철도에 누워 자살한 낸 골딘, 보모로 일하며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세상에 공개한 적 없었던 비비안 마이어,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에 평생 말을 더듬었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과, 도시인의 외로움을 상징하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
그날,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봤다. 늦은 밤, 카페테리아의 구석 자리에 뚝 떨어져 앉아 있는 한 남자의 등이 보였다. 이야기보다 '사연'이라 부를 법한 서사적 뒷모습이었다. 호퍼의 많은 그림이 그렇듯 짧은 고립 순간을 포착한 이 그림은 내용보다는 '고독'의 분위기를 표현한다.
"왜 우리는 호퍼 작품의 원천이 고독이라는 주장을 계속 고집하는가?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 한 명뿐이거나, 두세 명 있어도 서로 소통하지 않고 불편해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텔에서, 기차에서,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외떨어진 사람들, 등을 돌리고 있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어 헤아리기 힘든 사람들의 표정과 형광등 불빛의 그 창백한 풍경을 나는 '호퍼적'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제 마스크가 사람들의 표정을 차단해 버렸다. 그러니 이 코로나 시대에 '호퍼적 풍경'은 다른 의미로 해석될지도 모르겠다. 카페테리아 속 뚝 떨어진 남자의 모습은 생활 백신을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어제 처음으로 마스크를 쓴 채 라디오에 출연했다. 마스크 쓴 디제이의 모습을 보며 이제 세상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란 이야기가 더 실감 났다. 요즘 쉬지 않고 울리는 코로나 관련 문자를 보는 것만으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