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밤하늘

**

by hooz 2026. 2. 19. 18:55

본문

내 기억 속 가장 아름다웠던 밤하늘은 서른이 되던 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州) 어느 시골 마을에서 본 밤하늘이다. 그 밤, 내 손을 밖으로 이끌었던 건 잠시 머물던 곳의 할머니였다. 치아가 좋지 않던 할머니는 진통제로 겨우 통증을 달랬는데, 비상용으로 가지고 갔던 타이레놀을 모두 선물한 내게 말없이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에서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던 나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걸었다.

8월 한여름이었는데 고개를 들고 본 하늘 위에선 눈이 내렸다. 올려다보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으므로 평생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그 눈보라의 정체는 밤하늘의 별이었다. 그제야 나는 이 밤의 풍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옛날, 고흐가 본 하늘을 나 역시 보고 있다는 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상상이 아닌 그의 눈에 보인 실제 모습이었다는 걸 말이다.

거대한 은하계 속 지구별, 인도의 오지 마을에 와 있는 내가 그저 작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별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저 별을 누군가도 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미치자, 먼저 세상을 떠난 내 어린 친구도, 그리워했으나 다가갈 수 없었던 사람도, 이제는 이름조차 잊힌 사람들 모두가 별에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하늘의 별을 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가장 빛나는 별을 보기 위해선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가야 한다.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별을 보는 방법이다. 가장 큰 희망은 가장 큰 절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나를 구원한 아름다운 말들이 대개 어둠 속에서 탄생했다는 건 그리 놀랍지 않다. 밖에 나가지 못하고 두려움과 우울 속에서 보내고 있는 지구 저편 뉴욕의 친구에게 별에 대해 말했다. 눈을 감고 있을 때, 말은 더 잘 들린다고. 그때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이다. 한 세계가 닫혔으니 우리가 믿을 건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것 아닐까. 더 잘 듣게 된 사람에게는 더 잘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열릴 테니.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틋한  (0) 2026.02.19
맞닿아  (0) 2026.02.19
지금은  (0) 2026.02.19
누구나  (0) 2026.02.19
아무튼  (0)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