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때문인지 늦은 저녁 공원을 산책하는 개가 눈에 더 자주 보인다. 흥미로운 건 주인의 발걸음에 맞춰 앞으로만 행진하는 개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개들은 자주 멈추고, 주인을 확인하고, 여기저기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다.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의 책 '개의 사생활'을 읽기 전에는 개들의 후각이 막연히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냄새에 있어서 인간과 개가 경험하는 세계가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가령 개의 세계에선 장미 한 송이에 달려 있는 꽃잎 한 장 한 장의 냄새가 다르게 느껴진다. 꽃가루 발자국을 남기고 간 각종 곤충의 발자국 때문에 꽃 이파리마다 다른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의 흔적을 '코'로 느끼고 그릴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내가 쥐었던 꽃송이를 동생이 쥐고, 친구가 다시 쥐어본다면 개에게 그 꽃송이의 냄새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거란 뜻이다.
"인간 코에는 거의 600만개 정도의 감각 수용체가 있고, 양치기 개의 코에는 약 2억만개, 비글의 코에는 3억만개 이상이 포진해 있다. … 그러니 그들 옆에 서면 우리는 후각 상실자나 마찬가지다. 인간도 커피에 들어간 설탕 한 스푼 정도는 냄새로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는 올림픽 수영 경기장 두 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물웅덩이에 설탕 한 스푼을 풀어놓아도 냄새를 감지해낼 수 있다."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 쿠키 향으로 시작된다. 시각·청각·촉각 중 인간에게 가장 오래 각인되는 기억이 후각인 셈이다. 개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에게 보이는 세계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양일 것이다. 우리가 꽃잎이 시들어 갈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동안 개는 시간의 흐름을 향기로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목줄을 맨 채 상수리나무 밑에서 한참을 킁킁대는 개와 노견 곁을 지키는 주인을 보았다. 가을이면 배고픈 다람쥐를 생각해 도토리를 줍지 말아 달라는 플래카드가 있던 자리였다. 함께 사는 존재들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